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격렬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그의 정책관, 그리고 인준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화요일에 열린 차기 연준 의장 인준 청문회는 중앙은행의 정체성을 둘러싼 난타전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워시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입증해야 하는 동시에, 그의 인준을 가로막고 있는 공화당의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이번 청문회의 영향으로 시장이 요동치며 10년물 국채 금리는 4.3%까지 치솟았고, 투자자들은 연준의 정치화 가능성을 경계했습니다.
상원 은행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워시를 대통령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며 '이 직책에 유례없이 부적합하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워시는 준비된 답변을 통해 연준의 독립성은 '전적으로 연준에 달려 있다'며, 정책 결정은 정치적 압력이 아닌 '분석적 엄밀함, 의미 있는 숙의, 그리고 편견 없는 의사결정'에 기반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은 불확실성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미 증시는 초반 상승분을 반납했고,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청문회 도중 각각 약 0.2% 하락했습니다. 정치적 갈등의 핵심인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은 법무부가 제롬 파월 현 의장에 대한 조사를 끝낼 때까지 워시의 인준 표결을 막겠다고 공언하며 위원회를 12 대 12 교착 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경제의 변곡점에서 미국 통화 정책의 미래를 둘러싼 깊은 견해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이란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3월 소비자물가(CPI)가 3.3%를 기록한 가운데 연준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과거 '인플레이션 매파'로 불렸던 워시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를 주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워시가 즉각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실망할 것'이라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궤를 같이합니다.
정책과 정치를 둘러싼 격전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워시가 중앙은행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온 대통령에 맞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워시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며 위원회에 "대통령은 저에게 특정한 금리 결정을 약속하라고 단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으며, 저 또한 결코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워런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워시의 정책 기록과 1억 달러(약 1,300억 원)가 넘는 재산 내역,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여부에 대한 답변 거부를 문제 삼았습니다. 워런 의원은 "이런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다면 당신에게는 용기도 독립성도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정치적 쟁점 외에도 워시가 제안한 연준의 '체제 변화' 정책이 주목받았습니다. 그는 연준의 6조 7천억 달러 규모 자산부채표에서 특히 주택저당증권(MBS)을 매각해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산 1조 달러 축소가 금리 50bp 인상과 맞먹는 효과가 있어 향후 금리 인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현재의 2% 고정 목표치 대신 인플레이션 목표 범위를 설정하는 방식에 선호를 표했는데, 이는 연준에 더 큰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틸리스의 봉쇄와 파월의 불확실성
민주당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워시의 인준에 가장 즉각적인 위협은 같은 당 소속 의원으로부터 나왔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틸리스 의원은 워시를 전폭 지지하지만 파월 의장에 대한 '보복성 수사'가 중단될 때까지는 표결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연준 본부 개보수 비용 초과에 대한 법무부의 조사는 연방 판사로부터 '위협 행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교착 상태로 인해 연준의 리더십은 유동적인 상황에 처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5월 15일에 만료됩니다. 워시가 인준되지 않을 경우 파월이 의장 대행을 맡을 수 있지만, 백악관의 노골적인 적대감과 불확실성은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다만 파월의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까지여서 중앙은행에 남을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몇 주간 공화당 내의 결속력과 지명자 인준을 위한 백악관의 타협 의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은행의 리더십은 충성을 요구하는 대통령, 독립성을 의심하는 상원, 그리고 위태로운 경제 환경 사이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을 구성하지 않습니다.